닭장 개발자!?
최근 회사 후배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대한민국 3대 SI 업체라고 불리는 곳 중 한 곳을 다니다가 1년만에 퇴사 후 이직을 하게 된 후배인데, 거기서 겪었던 이야기이다.
xx은행에서 사용할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해주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100여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강당 같은 곳에 모여 아주 좁은 책상에 앉아 모니터만 바라 보며 코딩만 하다가 퇴근 한다고 한다. 회사 동료 끼리 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커피 마실 때도, 화장실 갈 때도 조용히 다녀온다. 밤에도 천장 위 형광등은 환하게 켜져 있고 좁아 터진 공간에 사람들을 추가로 계속해서 밀어 넣는다.
그래서 서로가 "나는 지금 닭장에서 개발한다" 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첫 출근날 상황은 이러했다.
- 노트북은 없고 책상 아래 데스크탑이 하나 있고 안에는 windows가 설치 되어있다.
- 개발을 위해 Java같은건 직접 설치 해야하다. ( usb를 사용해서 )
- 금융 기관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보안 때문에 인터넷을 막아 놓기 때문에 개발의 필요한 구글 검색은 핸드폰으로 해야한다. (ctrl + c, ctrl + v 가 불가능하다.)
- 자신의 모니터를 각자 들고 가야 하며, 사무실 벽에는 박스가 쌓여 있는데 그 박스는 나중에 퇴사할때 거기에 모니터를 다시 넣고 가는 용도이다.
- 중간에 퇴사를 하거나 말없이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 인력의 빈자리가 있을때는 회사 후배 같은 대형 SI업체의 신입이 바로 투입되어서 일을 매꿔야 한다.
갑(은행 ) -> 을(대형 SI업체) -> 병(중형 SI업체) -> 정(소형 SI업체) = 프리랜서 의 상명하복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절대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개인 의견으로 낼 수가 없다. 개인의 의견을 말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후배는 이야기 한다.
Project Manager끼리는 맨날 치고 받고 싸운다. 갑(은행)의 Manager는 수정안을 요구하고 을(대형 SI업체)의 Manager는 "그건 안돼!, 돈 더줘야해!" 의 패턴이 매일 반복된다.
경력 뻥튀기는 암암리에 관행처럼 이루어 진다
개발자의 경력에 따라 SI업체들이 받아가는 임금이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초급 개발자 1명의 임금 단가는 월 500만원, 중급 개발자는 800 만원, 고급 개발자는 1000만원 이상, 최고급 개발자는 그 이상도 받는다. "실력" 순이 아니라 오로지 "경력" 순이다. 후배가 현장에 갔을 때 자기 팀 멤버 중에 엄청나게 나이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개발을 무려 30년 정도 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 늙은 할아버지는 최고급 개발자로 단가가 책정된다. 웃긴건 일을 할때 그 사람은 놀고 있고 그의 임금을 나머지 팀원이 나눠 가지며 일을 한다. 경력 1년이 안된 신입 개발자가 3~5년차 중급 개발자가 되는일 같은거야 뭐... 비일비재하다.
한국의 학교와 비슷하다.
그렇게 100명 정도의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모여서 은행 어플을 "찍어낸다" 공장 처럼 말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내가 다녔던 중,고등학교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학생의 흥미, 의욕, 노력, 이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정한 소정의 내용을 학생에게 주입시키는 그 교육법 말이다. 거기서는 개인의 개성, 창의성, Identity는 존재할 수 없다. 그건 "틀린 답" 이 될 뿐이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한국에는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굉장히 열심히 살아간다. 물론 그 안에 나도 포함 되어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행해진 그 주입식 교육 때문에 자신의 개성과 창의성을 잃은 채로 그저 더 좋은 노동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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